< 매미의 삶 >
내 삶의 시작은 알에서부터 인가
벗고 벗고 벗겨진 껍데기에서 부터 인가
밤 내린 어느 날에 새로운 내가 되고부터 인가
차갑게 내려 앉은 흙 속에서 숨을 쉬며
그것을 깨고 부숴 나는 일어났지
한 마리 애벌레되어 이방인들의 눈을 피해
깊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
살아내려 했다 일어나려 했다
하늘이 입혀 준 옷을 벗고
자꾸만 내가 되려 했다
셀 수 없는 움직임 속에서
비로소 단단해졌다네
바람을 맞고
돌을 보고 빛을 쬐었다
삶이라는 것이 늘 깊은 지하 속의
어둠은 아니였단다
나를 찾기 위해서 비로소 내가 되어야 함을
단단히 감싸온 욕망과 미련을
통증없이 벗어냈단다
나 매미로 태어나
사랑은 모두 비련으로만 끝나고
나 매미로 태어나
긴 삶은 짧은 한 순간을 위한
덧없는 기억이라 여겨지겠지
아, 너에게 날아가 울고 싶어라
나는 다시 태어난 땅 속으로 간다
다시 올 여름을 기다리는 아가야
아이의 눈빛에 움직이지 말거라
기다림은 길고 만남은 짧은 네 삶을 사랑해주거라
열렬히 비행하고 사랑을 찾아 떠나거라
그리고 아프지 말거라
삶을 꽉꽉 채우고도
너는 나보다 하루 더 살다 가거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