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그 해, 여름 손님> 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
"콜 미 바이 유어 네임"
작품상, 아카데미상, 각색상, 주제가상
총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영화.
장르는 멜로/로맨스이지만
동성애라는 기본적인 틀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
영화를 보기 전 과연, 이 영화를 보면서 설렘을 느낄 수 있을까,
132분의 시간이 아까운 것은 아닐까.
하는 작은 편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.
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
들었던 생각은, '사랑은 역시 사랑이구나, 다만 그뿐이구나.'
스물 넷의 청년과 열일곱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
호기심과 동경심으로 시작된 마음의 끝이
결국 사랑이었음을
열일곱 엘리오는 여전히 모르고 싶었을 것이다.
알고 뒤 돌아섰지만 숨길 수 없는 것은 본능이였기에
가슴은 더 뛰게 되는 것을 올리버는 알고 있었고.
그렇게 이탈리아의 뜨거운 여름보다
더 뜨거운 마음들이 곳곳에서 끓고 있었다.
서로 상반된 다부지고 큰 체격을 가진 올리버와
왜소하고 고운 선을 가진 엘리오는
한 공간에서 6주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.
허튼 것이 하나도 없는 이 영화는
피아노, 음악, 선글라스, 복숭아, 엘리오의 비밀의 공간,
그리고 서로의 여자친구들, 춤과 담배, 자전거.
나뉘어 진 듯 나뉘어지지 않은 둘의 방까지
모든 것이 결코 가슴 떨리는 첫 사랑이었음을.
밀고 당겨내며 또는 질투하고 속고 속이며
마음을 무너뜨리고 다시 재건하는 엘리오
나는 아직 사랑을 해본 적 없지만
그래서 이 세심한 감정들을 온전히 흡수할 수는 없었지만
분명 이것은 그 순간 그 무엇으로도 대처 해낼 수 없는
떨림이고 설렘이였다.
서로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장면 조차
처음에는 난해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
영화를 한번 더 봤을 때는 나조차
엘리오를 올리버로,
올리버를 엘리오로 부르고 있었으니까.
내 이름이 너에게 가서 비로소 내가 되어 돌아오기에
그렇게 모든 사랑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.
사랑하면 왜, 보다 먼 곳에서 쳐다보게 되는 것인가.
눈은 앞을 보고 있는데 마음은 왜 그 사람에게로 가 있는가.
그리고 무엇을 그리도 확인하고 싶은 것인가.
외국의 로맨스 영화를 많이도 봐왔지만
이토록 사랑을 간질하게 표현해내는 작품은 처음이였다.
그리고 이 작품 속 엘리오는
정말, 아무것도 모르고 방황하는
사춘기 소년처럼 작은 감정의 변화들을
녹이고 뭉치고 다시 얼리며 열렬히 앓았고 많이 아파했다.
보는 이 조차 같이 아플 만큼.
그의 세심한 표현들은,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 같았다.
콜 미 바이 유어 네임, 132분의 길고 잔잔한 흐름 속에
결국 마지막 장면과 대사로 함축되어 가슴에 남았다.
시간이 흐른 뒤, 전화기 너머로 들은 올리버의 결혼 소식.
" 엘리오, 엘리오, 엘리오, 엘리오 . . "
". . 올리버"
나도 누군가의 이름을 나로 부를 수 있는 날이 왔으면.
그리고 부디 내 이름이 그에게 다가가
내가 되어 돌아 왔으면.
어떤 계절이 되어
어떤 과일이 되어
어떤 감정이 되어
나도 언젠가는
누군가의 이름이 되어 가기를.
안녕, 콜 미 바이 유어 네임.